시 111:1-10
여호와를 경외하는 자들
하나님께 신실한 자들과 함께한다는 것
제가 유학 시절에 깊이 느꼈던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인생이 마치 계단처럼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계단을 오르다 보면 각 층마다 고유의 우물이 있고, 그 우물 안에서 각기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저는 신대원을 다닐 때 뛰어난 학생은 아니었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유학의 길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미국에 유학하기 까지 그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야 했습니다.
유학을 준비할 때 처음에는 영어를 그래도 좀 한다고 생각했지만, 모의고사 성적을 받고 나서 스스로 얼마나 부족한지 깨닫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3개월이면 끝내는 과정을 저는 6개월이 걸려서야 마쳤고, 결국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미국에 가보니 제게는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습니다. 함께 공부하던 분들 중 대부분은 교수직을 준비하며 박사 과정을 밟고 있었습니다. 그들과 함께하면서 공부하는 방식, 기도하는 방식, 심지어 사람들의 모습도 예전에 신대원에서 함께 했던 전도사님들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마치 제가 한 계단을 올라설 때마다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환경을 만나게 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이것은 단지 세상에서의 성공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생에서 우리가 거룩과 신실함을 향해 나아갈 때, 하나님께서 우리를 신실한 사람들, 귀하게 쓰임받는 사람들 가운데 두신다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제가 목회를 하면서도 느꼈던 것은, 하나님의 신실함을 따라 사역할 때 결국 더 신실한 사람들과의 만남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계단의 아래에 있을 때에는 여러 잡다한 무리들이 함께 섞여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거룩과 의로움을 사랑하며, 그 길을 향해 나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더 신실한 사람들 가운데 속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세상에서의 성공은 열심히 노력하고 성취를 추구하는 것으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의의 무리에 속하기 위해서는 다른 것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마음이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분의 의로움을 사랑할 때, 하나님께서 우리를 그분의 사람들 가운데 있게 하실 것입니다.
정직한 자들안에 거하는 것이 감사하다.
오늘 시인은 자신이 정직하고 의로운 자들의 모임 가운데 속한 것을 감사하며 찬양합니다.
시 111:1 “내가 정직한 자들의 모임과 회중 가운데에서 전심으로 여호와께 감사하리로다”
하나님께서 자신을 거룩하고 신실한 자들의 모임 속에 있게 하셨다는 감격에서 비롯된 깊은 감사의 표현입니다.
우리가 앞서 살펴본 시편 109편은 다윗이 자신의 곁에 있던 악한 자들, 험담하고 비난하는 자들 속에서 고통스러워하던 장면을 그립니다. 반면, 시편 111편은 정직한 자들의 모임 속에서 감사와 기쁨을 누리는 모습으로 대조됩니다. 이 두 시편이 직접적으로 연결된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두 시의 간격을 한 사람, 다윗으로 생각하며 그 감사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다윗이 무리 속에서 고난을 겪는 시간이 지나고, 결국 의로운 자들의 모임에 서게 되는 은혜를 묵상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말씀을 묵상하며 제 삶의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일반 대학교를 다니다가 군대 제대 후 하나님의 특별한 부르심을 받아 신학의 길로 들어선 후, 총신대학교 신학과에 편입하게 되었을 때입니다. 첫날 채플 예배를 드리러 갔던 날, 저는 채플실 문을 잡고 한없이 울었습니다. 찬양 소리가 채플실 안에서 들려오는데, 그 소리가 제 마음을 울렸습니다.
“나는 죄인인데, 어떻게 내가 이런 의롭고 거룩한 사람들 사이에 있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부끄러움이 밀려왔습니다. 그렇게 문을 열고 들어가, 가장 뒤편에 앉아 하나님께 감사의 눈물을 한없이 흘렸습니다. 그 자리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고민, 수렁 같은 시간들, 그리고 그 길 위에 임했던 하나님의 은혜가 저를 완전히 사로잡았습니다.
시 111:2 “여호와께서 행하시는 일들이 크시오니 이를 즐거워하는 자들이 다 기릴 것”
정직한 자들의 모임에 속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나님께서 자신을 그곳으로 이끄신 은혜가 얼마나 큰지를 깨닫고 고백하게 됩니다.
이곳에 모인 분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우리는 암환우들이기에 언제 주님 앞에 설지 모르지 않습니까? 그러나 예배가 항상 있는 이곳에서 함께 하나님을 경외하며 의와 거룩을 따라 살아갈 때, 하나님께서 이렇게 신실한 자들의 모임 속에 두신 것을 함께 감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단지 이 땅에서의 살아 있는 동안의 삶을 넘어서서, 우리가 언젠가 천국에서 다시 만날 때에 더 크게 느끼게 될 것입니다.
세상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네트워크가 중요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것은 결국 다 지나가고 사라질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을 경외하며 살아가는 자들과 함께 하는 삶은 영원히 가치가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축복이고, 하나님의 은혜아니겠습니까?
시 111:4-5 “그의 기적을 사람이 기억하게 하셨으니 여호와는 은혜로우시고 자비로우시도다. 여호와께서 자기를 경외하는 자들에게 양식을 주시며 그의 언약을 영원히 기억하시리로다.”
하나님께서는 자기를 경외하는 자들에게 풍성한 은혜와 기적을 베푸십니다. 그리고 그 은혜는 단지 한 세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남아 하나님의 영광을 증거합니다.
의로움을 사모하는 자들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약속
악을 행하는 자들은 처음에는 번영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들의 성공과 그들이 모여 자랑하는 모습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성경은 분명히 말합니다. 그런 모습은 겨와 같습니다. 바람에 날려 사라지는 겨처럼, 악한 자들의 길과 모임은 결코 영원하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반드시 악한 자들과 그들의 모임을 심판하시기 때문입니다.
반면, 의로운 자들과 하나님의 신실한 백성들은 하나님께서 지키십니다. 그들의 길은 하나님의 약속 아래에서 영원합니다.
시 111:5-8 "여호와께서 자기를 경외하는 자들에게 양식을 주시며 그의 언약을 영원히 기억하시리로다. 그가 그들에게 뭇 나라의 기업을 주사 그가 행하시는 일의 능력을 그들에게 알리셨도다. 그의 손이 하는 일은 진실과 정의이며 그의 법도는 다 확실하니 영원무궁토록 정하신 바요 진실과 정의로 행하신 바로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들에게는 그분의 신실한 언약으로 말미암아 하나님께서 그들을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저들이 소멸되지 않도록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기업과 능력을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들에게 주시고, 그들의 길을 견고히 세우실 것입니다.
낮은 곳에서 만나는 하나님의 사람들
우리는 높은 자리에 서고 싶어 하고, 잘난 사람들 사이에서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성공과 화려함은 결국 신기루처럼 사라질 것들입니다. 말씀은 우리에게 더 중요한 길, 더 의미 있는 삶을 말씀해 주지 않습니까? 그 길은 의로움과 신실함이 가득한 곳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의로움과 신실함이 머무는 곳은 높은 곳이 아니라 낮은 곳입니다. 고달픔과 괴로움 속에 있는 사람들, 연약한 자들, 고아와 과부 같은 이들이 머무는 곳입니다.
“왜 낮은 곳을 향해야 합니까?”
낮은 곳은 바로 하나님의 마음이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고아와 과부를 사랑하시며, 그들과 함께하기를 원하십니다. 하나님의 의를 사모하는 자들은 그분의 마음을 따라 낮은 곳으로 나아갑니다. 그곳에서 섬김과 사랑을 실천하며, 하나님의 복과 은혜를 경험하게 됩니다.
낮은 곳에서 함께 하는 아둘람 공동체
다윗이 가장 힘들었던 시간은 사울에게 쫓기던 광야의 시절이었습니다. 사울의 죽이려는 계획을 요나단으로부터 들은 다윗은 화살 신호를 통해 도망치라는 싸인을 받고 요나단과 부둥켜안고 울며 떠나갑니다. 그때부터 광야에서의 고난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다윗은 자신의 고난 속에서도 자기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섬겼습니다. 광야로 몰려든 자들은 무명한 도망자들, 삶에 지친 방랑자들이었습니다. 다윗은 그들을 외면하지 않고 받아들였습니다. 처음엔 몇 명 되지 않았던 모임이 점차 커지더니, 400명(삼상 22:1-2), 나중에는 600명(삼상 23:13)까지 이르게 됩니다. 이곳이 바로 아둘람 공동체입니다.
소중한사람들 예배
아둘람 공동체는 단순히 방랑자나 잡배들의 모임이 아니었습니다. 다윗의 섬기는 마음과 신실한 태도가 이 공동체의 기초가 되었고, 그로 인해 이 모임은 하나님의 신실한 모임, 거룩한 모임으로 변화되었습니다. 그들은 서로를 돕고 이끌며 하나님의 뜻을 따라가는 귀한 공동체가 되었던 것입니다.
우리도 삶의 고난과 어려움을 만날수록 더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돕는 자를 만나고, 함께 기댈 친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제가 꿈꾸는 공동체도 바로 이와 같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암이라는 공통의 문제 뿐만 아니라 각자의 문제와 상처를 안고 이곳에 옵니다. 그러나 서로 섬기며 하나님의 의와 은혜를 공유함으로써, 우리의 만남이 하나님의 거룩한 모임으로 변화되는 것입니다.
이 땅에는 여전히 연약한 자들, 어려운 자들, 방황하는 자들이 많습니다. 그들을 섬기며 하나님의 마음을 따라가면, 앞으로 당신이 속한 공동체 역시 아둘람 공동체와 같이 하나님의 신실한 모임으로 세워질 것입니다. 서로 돕고 이끌며 하나님의 의와 은혜를 공유하는 공동체야말로 세상의 어떤 화려한 모임보다 귀하고 가치 있는 자리입니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공동체
시 111:10 “여호와를 경외함이 지혜의 근본이라 그의 계명을 지키는 자는 다 훌륭한 지각을 가진 자니 여호와를 찬양함이 영원히 계속되리로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시작입니다. 세상이 보기에는 무명하고 보잘것없어 보일지라도,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들은 하나님의 뜻을 알고 실천하는 훌륭한 지각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자신의 삶 속에서 하나님의 계명을 따르고, 그분을 찬양하며 살아갑니다.
다윗의 아둘람 공동체처럼, 우리의 공동체는 연약한 자들이 모여 하나님을 경외하며 서로 섬기는 자리입니다. 매일의 예배와 기도 속에서 하나님을 경외하는 기쁨과 은혜를 공유하며, 하나님을 중심으로 한 신실한 모임입니다.
소중한사람들 중보기도
사랑하는 여러분, 이곳에서 우리가 드리는 매일의 예배와 기도가 주님 오시는 날까지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이 공동체가 단지 한때의 모임이 아니라, 영원히 하나님의 경외와 찬양이 중심이 되는 거룩한 자리로 세워지기를 축복합니다.
◎ 묵상을 돕는 질문
1. 당신은 지금 어떤 사람들과 함께하며, 그 모임이 하나님의 신실함과 의로움을 나누는 공동체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당신의 모임이 하나님의 은혜를 증거하는 공간이 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묵상해 보세요.
2. 당신은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아둘람 공동체"를 찾아갔습니까? 혹은 누군가에게 그런 공동체가 되어주었습니까? 하나님께서 당신에게 주신 사명을 되새기며, 당신이 섬길 수 있는 이들을 위해 어떤 결단을 내릴 수 있을지 생각해 보세요.
시 111:1-10
1할렐루야, 내가 정직한 자들의 모임과 회중 가운데에서 전심으로 여호와께 감사하리로다
2여호와께서 행하시는 일들이 크시오니 이를 즐거워하는 자들이 다 기리는도다
3그의 행하시는 일이 존귀하고 엄위하며 그의 의가 영원히 서 있도다
4그의 기적을 사람이 기억하게 하셨으니 여호와는 은혜로우시고 자비로우시도다
5여호와께서 자기를 경외하는 자들에게 양식을 주시며 그의 언약을 영원히 기억하시리로다
6그가 그들에게 뭇 나라의 기업을 주사 그가 행하시는 일의 능력을 그들에게 알리셨도다
7그의 손이 하는 일은 진실과 정의이며 그의 법도는 다 확실하니
8영원무궁토록 정하신 바요 진실과 정의로 행하신 바로다
9여호와께서 그의 백성을 속량하시며 그의 언약을 영원히 세우셨으니 그의 이름이 거룩하고 지존하시도다
10여호와를 경외함이 지혜의 근본이라 그의 계명을 지키는 자는 다 훌륭한 지각을 가진 자이니 여호와를 찬양함이 영원히 계속되리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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