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 6:1-11
안식일에 대해서
제가 신학교를 다닐 때 교수님께서 미국에서 공부하시던 시절의 이야기를 해주신 적이 있습니다. 교수님이 미국에서 공부하실 때, 옆집에 유대인이 살았는데, 어느 날 그 유대인이 "미스터 김, 이리 와보세요!"라고 부르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교수님이 가보니 그 유대인이 깜빡 잊고 안식일이 시작되기 전에 불을 켜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유대인인 자신은 안식일에 불을 켜는 것이 금지되어 있으니, 교수님이 대신 불을 켜주고 가달라고 부탁했던 것이지요.

이 이야기를 들으니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습니까? 이 본문을 통해 우리는 ‘바른 안식’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안식의 의미는 무엇인지, 그리스도인은 왜 주일을 지키는지, 그리고 안식일과 주일에 무엇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안식해야 하는 이유
안식을 해야 하는 이유는 하나님께서 안식하라고 명령하셨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직접 안식을 명하셨다면, 우리는 그 말씀에 순종해야 합니다.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 엿새 동안은 힘써 네 모든 일을 행할 것이나 일곱째 날은 네 하나님 여호와의 안식일인즉 너나 네 아들이나 네 딸이나 네 남종이나 네 여종이나 네 가축이나 네 문안에 머무는 객이라도 아무 일도 하지 말라 이는 엿새 동안에 나 여호와가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가운데 모든 것을 만들고 일곱째 날에 쉬었음이라 그러므로 나 여호와가 안식일을 복되게 하여 그 날을 거룩하게 하였느니라"(출 20:8-11).
안식일은 하나님의 창조 질서 속에 포함된 날입니다.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신 후 일곱째 날에 쉬셨듯이, 우리도 안식을 통해 하나님의 창조 사역을 이어가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꼭 일주일이 7일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고대 로마에서는 8일을 한 주기로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기독교가 공인된 이후, 콘스탄티누스 황제에 의해 7일 주기가 공식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유대인들에게는 원래 7일 주기로 생활하는 문화가 있었지만, 로마식 8일 주기와 섞이면서 혼란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대인과 기독교인이 7일이 한 주기가 되도록 지킨 것은 이 한 주간이 하나님의 창조 사역을 이룬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세상을 6일 동안 창조하시고 7일째 쉬셨다는 사실이 성경을 믿는 자들 삶 속에도 반영된 것입니다. 그리고 심지어 로마 제국의 생활 습관까지도 바꾸는 일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안식은 하나님을 의지하는 믿음의 결단
안식일을 지킨다는 것은 단순히 일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지하는 믿음의 결단에서 비롯됩니다. 우리는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많은 것을 이루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하루라도 더 일하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에게 엿새 동안 열심히 일하고, 하루를 온전히 쉬라고 하셨습니다.
이 결단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 식당을 운영하시는 분들에게는 주일에 문을 닫는 것이 큰 도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말라"(마 6:31)고 하신 말씀을 기억해야 합니다.
에릭 프롬은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것은 안식을 통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소유유냐 존재냐).
인간은 자신이 인생을 와벽하게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버리고 스스로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할 때, 참된 자유를 누릴 수 있습니다. 안식일은 바로 그 자유를 경험하는 시간입니다.
우리는 6일 동안 하나님의 창조사역에 동참하며 열심히 살아갑니다. 그리고 7일째 되는 날, 우리의 모든 수고를 하나님께 맡기고 쉼을 누립니다. 이것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안식의 본질입니다. 안식을 통해 하나님을 신뢰하는 법을 배우고, 우리의 삶을 주관하시는 분이 하나님이심을 인정하는 은혜가 있기를 바랍니다.
왜 주일인가?
그리스도인들이 안식일 대신 주일을 지키는 이유는 예수님께서 안식일의 주인이시기 때문입니다.
“또 이르시되 인자는 안식일의 주인이니라 하시더라”(눅 6:5).
이 말씀의 의미는 예수님께서 안식일을 포함한 모든 율법을 제정하신 창조주 하나님이심을 선포하신 것입니다.
창세기 2장을 보면 하나님께서 엿새 동안 창조하시고 일곱째 날에 쉬심으로써 안식일을 정하셨습니다. 또한, 출애굽기 20장에서 하나님은 십계명을 통해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키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이 율법을 주신 분이 바로 하나님이시며, 예수님은 그 하나님이십니다. 따라서 예수님께서 "인자는 안식일의 주인이다"라고 말씀하신 것은 그분이 창조주로서 안식일을 제정하셨고, 그 본래 의미를 완성하시는 분이심을 나타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 구속사역 안에서 율법의 한 부분인 제사법과 절기법이 완성되었고, 안식일도 단순한 날의 개념이 아니라 예수님 안에서 참된 쉼을 누리는 것으로 성취되었습니다.
초대 교회의 변화
초대 교회는 어느 순간 많은 이방인들이 교회로 들어오게 되면서 유대인의 율법을 그대로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졌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린 회의가 바로 사도행전 15장에 나오는 예루살렘 공의회입니다.

이 회의에서 사도들은 이방인들이 유대교 율법을 따를 필요가 없으며, 다만 우상 숭배, 음행, 목매어 죽인 것, 피를 멀리하는 것만 지키면 된다고 결정하였습니다. 다시 말해, 안식일을 문자적으로 지켜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결론이 난 것입니다.
사도 바울도 골로새서에서 이 문제를 다루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러므로 먹고 마시는 것과 절기나 초하루나 안식일을 이유로 누구든지 너희를 비판하지 못하게 하라" (골 2:16)
이 말씀은 구원이 특정한 날을 지키는 것에 달려 있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합니다. 우리는 안식일을 지킴으로써 구원을 얻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구원을 얻습니다.
율법의 모든 규례와 절기는 장차 올 것의 그림자일 뿐이며, 그 실체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골 2:17). 즉, 안식일도 그리스도 안에서 참된 의미를 가지며, 우리가 구원을 받는 것은 율법을 지켜서가 아니라,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을 믿는 믿음으로 말미암음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특정한 날을 지키는 것이 구원의 필수 조건이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참된 안식을 누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주일을 지키는 것은 단순한 율법적 의무가 아니라, 예수님의 부활을 기념하며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 참된 쉼을 누리는 은혜의 시간입니다.
주일의 시작
그렇다면 초대교회는 왜 주일 성수를 하게되었나요?
사도행전 20장 7절을 보면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 주간의 첫날에 우리가 떡을 떼려 하여 모였더니…"
여기서 "주간의 첫날"은 주일(일요일)을 의미합니다. 초대교회 성도들은 유대인들이 안식일을 지키던 토요일에도 회당에 유대인들과 모여 예배드리기도 했지만, 동시에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주일에 모여 성찬을 나누고 말씀을 들었습니다.
주일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날이며, 성도들은 그 부활을 기념하여 함께 모이는 날로 삼았습니다. 이후 유대인들이 기독교인들을 배척하면서 점차 주일의 모임으로만 모여지게 됩니다. 결국 주일 예배는 예수님의 부활을 중심으로 한 믿음의 사람들의 공적 예배의 날이 된 것입니다.
주일을 지킨다고 해서 그것이 우리의 구원을 결정짓는 것은 아닙니다.

주일에 교회에 나왔다고 천국 가는 것이 아니고, 주일을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지옥에 가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주일을 지키는 것은 우리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모이기를 폐하는 어떤 사람들의 습관과 같이 하지 말고 오직 권하여 그 날이 가까움을 볼수록 더욱 그리하자"(히 10:25).
우리는 함께 모여 예배드리고, 하나님께 영광 돌리며, 성도의 교제를 나눌 때 더욱 신앙이 견고해집니다. 그렇기에 주일 성수는 단순한 율법적 의무가 아니라, 하나님을 향한 사랑과 신뢰의 표현입니다.
오늘날에도 안식일을 문자적으로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요일이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참된 안식을 누리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서 이루신 구원의 은혜를 기억하고, 주일을 통해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것이야말로 참된 안식의 의미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주일에 무엇을 할 것인가?
어느 안식일에 예수님과 제자들이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제자들은 배가 고팠고, 지나가던 밀밭에서 밀 이삭을 손으로 뜯어 먹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본 바리새인들이 곧바로 문제를 삼으며 예수님께 따졌습니다.
“보십시오! 당신의 제자들이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고 있습니다!”
바리새인들은 안식일 규정을 철저히 지키는 것을 신앙의 중요한 요소로 여겼습니다. 그들은 안식일에 어떤 노동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으며, 밀 이삭을 뜯어 먹는 행위를 ‘추수하는 일’로 간주하여 이를 금지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해석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다윗이 사울에게 쫓길 때 제사장만이 먹을 수 있는 거룩한 진설병을 먹었던 사건을 예로 드시며,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이르시되 인자는 안식일의 주인이니라 하시더라”(눅 6:5).
너희의 안식일에 대한 해석이 잘못된 것을 내가 바르게 수정해 줄 수 있으니 내가 율법의 제정자라는 아주 강력한 말씀입니다.
이를 분명히 보여 주시기 위해 율법학자, 바리새인들이 놀라게 될 일을 하십니다.
손 마른 자를 세워놓고 이렇게 물으셨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묻노니 안식일에 선을 행하는 것과 악을 행하는 것 생명을 구하는 것과 죽이는 것 어느 것이 옳으냐”(눅 6:9).
예수님은 바리새인들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으시고 즉시 손 마른 자를 고쳐 주셨습니다. 그러나 이를 본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은 예수님을 어떻게 죽일 것인가를 의논하기 시작했습니다. 안식일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날에 생명을 살리는 것이 더 중요함을 예수님께서 직접 보여주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안식일이 단순히 쉬는 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날이 아니라 하나님의 생명 사역이 이루어지는 날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단순히 육체적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이루고, 선한 일을 행하고, 생명을 살리는 날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잘못된 안식의 개념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주일을 단순한 휴식의 날로만 생각합니다. 이것은 세상 사람들이 공휴일이라 여기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습니다. 기독교인으로 해야할 의무인 예배를 빨리 드리고 나서 곧장 여행을 가거나, 그냥 집에서 쉬면서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안식은 하나님 안에서 쉼을 누리는 것입니다.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한다고 해서 진정한 쉼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하루 종일 핸드폰을 보고, TV 드라마를 정주행한다고 해서 몸과 마음이 회복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더 피곤하고 공허함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의 몸과 영혼은 하나님 안에서만 참된 쉼을 누릴 수 있습니다.
주일은 하나님께 더 가까이 나아가고, 그분의 사역에 동참하는 날입니다. 교회에서 봉사하고, 성도를 섬기며,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기도하는 것이 오히려 우리의 영혼을 쉬게 하는 일입니다.
때때로 주일에 봉사하고 섬기는 것이 힘들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주일을 하나님께 드리기로 결단하면, 그 안에서 오히려 새로운 힘과 은혜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안식의 본질
안식의 본질은 하나님께 맡기는 것입니다. 우리의 모든 수고를 하나님께 맡기고, 주님께서 우리의 삶을 인도하신다는 것을 믿는 것이 안식의 핵심입니다. 주일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께서 우리의 창조주이시며, 예수님 안에서 완전한 안식을 주셨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주일을 단순히 공휴일처럼 쉬는 날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맡기는 날,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며 선한 일을 행하는 날, 그리고 우리 영혼이 참된 쉼을 누리는 날로 삼아야 합니다.
주일을 온전히 하나님께 드릴 때, 우리는 더욱 하나님 안에서 참된 안식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주일을 통해 참된 쉼과 은혜를 누리시길 축복합니다.
◎ 묵상을 돕는 질문
1. 당신은 안식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습니까? 주일을 지키는 것이 단순한 의무가 아니라, 하나님을 신뢰하며 쉼을 누리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나요?
2. 당신은 주일에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주일을 단순히 쉬는 날로 보내고 있지는 않은가요? 아니면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선을 행하고 생명을 살리는 일을 통해 하나님 안에서 안식하고 있나요?
눅 6:1-11
1안식일에 예수께서 밀밭 사이로 지나가실새 제자들이 이삭을 잘라 손으로 비비어 먹으니
2어떤 바리새인들이 말하되 어찌하여 안식일에 하지 못할 일을 하느냐
3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다윗이 자기 및 자기와 함께 한 자들이 시장할 때에 한 일을 읽지 못하였느냐
4그가 하나님의 전에 들어가서 다만 제사장 외에는 먹어서는 안 되는 진설병을 먹고 함께 한 자들에게도 주지 아니하였느냐
5또 이르시되 인자는 안식일의 주인이니라 하시더라
6또 다른 안식일에 예수께서 회당에 들어가사 가르치실새 거기 오른손 마른 사람이 있는지라
7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이 예수를 고발할 증거를 찾으려 하여 안식일에 병을 고치시는가 엿보니
8예수께서 그들의 생각을 아시고 손 마른 사람에게 이르시되 일어나 한가운데 서라 하시니 그가 일어나 서거늘
9예수께서 그들에게 이르시되 내가 너희에게 묻노니 안식일에 선을 행하는 것과 악을 행하는 것, 생명을 구하는 것과 죽이는 것, 어느 것이 옳으냐 하시며
10무리를 둘러보시고 그 사람에게 이르시되 네 손을 내밀라 하시니 그가 그리하매 그 손이 회복된지라
11그들은 노기가 가득하여 예수를 어떻게 할까 하고 서로 의논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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