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일 목사 소개

부활절 주일에 있었던 일

사랑합니다예수님 2023. 5. 23. 18:34

 

지난 부활절 주일에 제가 미국에서 유학할 때에 저를 아들처럼 대해 주신 목사님 내외를 대접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저에게 자신의 아들 방을 내어 주셨고, 미국에서 정착하는 초기에 제가 살아갈 수 있는 삶에 대하여 전혀 걱정이 없도록 살펴 주신 분들입니다.

어디 다른 곳에서 뵙기가 어려워서 서울역사 내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목사님은 이제 은퇴하셔서 더이상 실무에 계시지 않았지만 모두를 위해서 식사 기도를 하는 데 그 기도에서 조차 참 평소의 영성이 많이 묻어났습니다. 우리가 보통의 모습이 어느 한 순간에 드러나지요. 그와 같이 목사님께서 평소에 하나님을 향해 얼마나 진실하신지를 식사 기도에서도 느꼈습니다.

미국에서 목회하시던 분이기도 하지만 참 정이 많으셔서 만나면 꼭 안아 주시고 꼭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 있든지 묻곤 하셨습니다. 근 4년만에 다시 뵈었는데도 다시 미국 목사님 집에서 뵈올 때처럼 반가웠습니다.

미국에 있을 때에 아침에 때론 목사님이 물으실 때가 있었습니다.

"이강도사님, 용돈 있어?"

"예 있습니다. 목사님 걱정 마세요."

"네가 무슨 돈이 있어. 자..."

옆에서 들으면 이상하게 들을지 모르지만 정말 무뚝뚝하게 말하시는 듯 하지만 너무나 사랑이 넘치는 마음에서 하시는 말씀입니다.

 

이 날 식사 자리에서 갑자기 어머니에게 쓰시던 립밤을 건네셨습니다.

"유 사모님, 왜 그렇게 입술이 다 터졌어. 내 것 써."

옆에서 듣던 나영자 사모님이 놀라셔서 립밤을 주시는 것을 막으려 하셨습니다.

"누가 쓰던 것을 발라요."

"뭐. 그럼 어떻게 해. 내 생각하면서 쓰던가"

잘못 들으면 이상하게 들리시겠지만, 저는 목사님과 같은 집에 살아 보았기 때문에 이분은 정말 진심으로 자기 것을 자기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 태도에서 하신 말씀입니다.

식사 기도를 시작하시며 목사님이 흐느껴 울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 당신의 사랑하는 딸이 .... 입술이 다 터지도록 노숙인들에게 밥을 퍼주었습니다..... 사랑하는 딸과 함께 해 주셔서 힘들지 않게 도와 주세요...."

물론 쓰던 립밤을 주는 것은 어쩌면 예의가 없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 립밤을 건넨 마음을 설명하고 싶은 것입니다.

옛날에 외할머니가 저희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주신 희생이 생각이 났습니다. 아버지가 목회를 시작할 때에 아버지는 친가로부터 완전히 쫓겨났었습니다. 사업도 할 수 없었고 집도 어려웠습니다. 모든 것을 잃은 사위를 그저 따뜻하게 받아 주실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내어주시어 살 수 있게 해 주신 분이 저희 외할머니입니다.

어떤 장모님이라도 자기 딸을 고생 시키는 사위를 좋아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외할머니는 진심으로 모든 것들을 나누 셨습니다. 할머니는 저희 집만 위해서 그렇게 사신 분이 아닙니다.

당시 아버지는 거지 자체였습니다. 그러나 외할머니의 사랑으로 인해 신학뿐만 아니라 사역도 시작했습니다.

나구용 목사님이나, 저희 외할머니같은 분들의 특징이 느껴졌습니다. 자기 것이 자기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 분들입니다. 하나님께서 잠시 맡겨 주셨고 언제든 필요한 이가 있다면 나누는 분들입니다.

제게 없는 것이 느껴지는 자리였습니다. 제가 입 바른 소리로 환우들을 위해 모든 것을 다하고 있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이분들을 생각하니 저는 제 모든 것을 내어주는 자는 아닌 듯 했습니다.

누군가 필요하다면 제 립밤도 제것이 아닙니다. 누군가 써야 한다면 제 삶의 모든 것이 그의 것이 되어야 합니다. 내 삶 조차도 내 것이 아니랍니다.

※ 에세이는 한 달에 한번 올라갑니다. 소중한사람들 소식지에 실리는 글입니다. 함께 공감을 나누고 싶어서 올립니다. 소식지에서 읽어 보신 분은 나누고 싶은 말이 있으면 댓글에 달아주시면 감사합니다.

 

'이성일 목사 소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성일 목사 소개  (0) 2023.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