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5:1-14
아직 이야기하지 못했으나
내 성격은 뭔가 부족한데…
제가 본래 성격이 쾌활하고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어느 순간 내가 변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우리 환우들을 위해 뉴라이프에서 키토산을 무료로 기증하신 집사님들을 두 번째로 뵈었을 때, 저와 나눈 이야기 중에 그런 말씀이 있었습니다. 처음 저를 만났을 때, 제게서 약간의 벽이 느껴졌었다는 것입니다.
그 말씀을 듣고 너무나 죄송했습니다. 제가 실제로 벽을 두고 대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처음 키토산이 고가의 제품인데 무료로 기증하시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혹시 약을 홍보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거부감이 제 안에 조금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안에 분명 좋은 의미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되어, 반걸음 정도 거리를 둔 채로 이 젊은 사장님 부부를 처음 만났었습니다.

처음 소중한 사람들이 시작할 때는 호스피스로 시작하려 했습니다. 그래서 호스피스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에, 건물의 필요 시설과 인력 배치에 대해 우리나라 대형 대학병원의 사무과장을 지냈던 장로님께 상담을 받았었습니다. 그 때 장로님이 저에게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목사님, 앞으로 이 일을 하시다 보면 별사람들이 다 붙게 될 것입니다.”
그 말이 제 마음에 강하게 박힌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종종 돕고 싶다고 찾아오시는 분들을 한 걸음 물러나 항상 대하게 되었습니다. 청평 기독교 협회에서도 온 적이 있었고, 봉사를 위해 오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제품을 통해 환우들을 돕고자 했던 분들도 있었습니다. 항상 한 걸음 떨어져서 사람들을 대해 왔습니다.
사실 누구나와 편하게 대화하길 좋아하는 제 본래 성격과는 달리, 제가 환우들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너무 강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환우들을 지켜야 하는데, 그렇다고 선한 마음으로 함께하고 싶어 하는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를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요?
결국 제 생각의 결론은 기도밖에 없었습니다. 영을 분별할 수 있는 은혜를 달라고 기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키토산을 기증해 주신 귀한 집사님들은 “오히려 목사님이 처음부터 너무 친한 척을 안 하셔서 더 신뢰가 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고가의 제품을 암환우들 중 필요한 분들에게 기증하고 싶어 다른 시설에도 가보았으나, 너무 호들갑을 떨며 친절하게 대해 진실성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환우들을 보호하려는 마음이 분명히 보였기 때문에, 그 벽 같은 느낌이 오히려 나쁘지 않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3달만에 또 오셔서 키토산을 기증하러 오셨답니다. 이 말을 들으며 얼마나 다행이라 생각됐는지 모릅니다.
바울은 “하나님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로마서 8:28) 하였는데, 환우를 보호해야 한다는 마음과 방문자들에 대한 거리감 사이의 모순된 상황을 하나님께서 잘 써주셨다는 생각에 감사했습니다.
오늘 말씀을 통해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을 이루신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잘 보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은 마음을 움직이신다.
에스더는 사흘을 금식한 뒤 마침내 왕궁 안뜰, 어전 맞은편까지 나아갔습니다(에 5:1).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결단하고 나아간 것입니다.
바로 그때, 하나님의 은혜가 강하게 부어지기 시작합니다. 왕이 에스더가 가까이 오도록 허락하는 규를 내민 것입니다(에 5:2).
왜냐하면 2절에 보면 에스더가 왕의 눈에 매우 사랑스러워 보였기 때문입니다.

“왕후 에스더가 뜰에 선 것을 본즉 매우 사랑스러우므로….”(에 5:2).
사람의 마음은 갈대와 같아 항상 좋은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습니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아하수에로가 에스더를 좋게 보도록 그 마음을 어떻게 바꾸겠습니까. 그러나 하나님은 마음을 주관하십니다.
“왕의 마음이 여호와의 손에 있음이 마치 보의 물과 같아서 그가 임의로 인도하시느니라”(잠 21:1).
보(洑)의 물은 농부가 물길을 파서 마음대로 물을 흘려 보내는 것을 말합니다. 하나님은 그렇게 임의로 왕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에스더가 아직 유대 민족을 살려 달라 말하지 않은 것이 좋은 일일까?
왕은 에스더가 너무나 사랑스러워 “왕후 에스더여 그대의 소원이 무엇이며 요구가 무엇이냐 나라의 절반이라도 그대에게 주겠노라”(에 5:3)라고까지 말합니다. 이제 삼촌 모르드개와 유대인들이 멸망당할 상황에 놓였음을 말하면 될 것 같지만, 에스더는 자신이 준비한 계획을 말합니다.
잔치를 준비해 두었으니 하만과 함께 오시길 청한 것입니다(에 5:4).
왕은 에스더의 이 청에 매우 마음이 기뻐했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하수에로 왕이 얼마나 사람에 대한 갈증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왕은 원하기만 하면 잔치를 180일 동안 열 수도 있었고, 여자를 구하고 싶으면 전국의 처녀들 중에서 원하는 대로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곁에는 어딘가 자신을 죽이려는 자들이 있었고, 그래서 왕은 주변 사람들이 함부로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법까지 만들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사랑스러운 에스더가 목숨까지 걸고 자신의 곁에 와 주었으니, 얼마나 기뻤을지 느껴졌습니다.
왕에게 잔치란 에스더가 준비한 것보다 더 화려하고 더 쾌락적인 것이었을 수 있지만, 그런 마음을 표현하며 다가온 에스더의 태도가 오히려 큰 기쁨을 주었을 것입니다.
왕은 기쁨이 가득한 마음으로 에스더에게 또다시 말합니다. 나라의 절반이라도 줄 것이니 원하는 것을 말하라고 한 것입니다(에 5:6).

그런데 에스더는 내일 잔치를 또 열겠으니 내일도 와 달라고 요청합니다(에 5:8).
왜 뜸을 들이는 것일까요? 에스더가 밀당의 고수라 왕을 애틋하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어서일까요? 아니면 말하기가 두려워 아직 용기를 내지 못한 것일까요?
우리는 에스더서의 결론을 이미 알고 있지만, 이 본문에만 집중해서 보면 이야기는 아주 좋지 않게 흘러갑니다.
왕과 함께 왕후의 잔치에 참여했던 하만이 기분 좋게 퇴궐하던 중, 대궐문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앉아 있는 모르드개를 본 것입니다(에 5:9). 그 분을 삭이고 집으로 돌아와 그 화를 아내와 사람들에게 말하자, 그들이 하만에게 오십 규빗, 곧 22미터나 되는 나무를 세워 당장 모르드개를 죽이자고 왕에게 청하라고 말한 것입니다(에 5:14).

사실 하만이 유대인을 진멸하기로 정한 날까지는 아직 11개월의 시간이 남아 있었는데, 에스더가 왕에게 모르드개를 구해 달라는 요청을 한 템포 늦춘 바람에 당장 모르드개의 목숨이 위태롭게 된 것입니다.
이것은 아주 잘못된 일이었을까요?
서두에서도 말씀드렸듯이, 하나님은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분입니다. 왕의 마음도 임의로 주관하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볼 때 상황이 나빠지는 것처럼 보이는 일조차 사용하셔서 선을 이루실 수 있습니다.
실패, 부족함도 하나님의 일하심의 도구가 된다.
아버지가 하나로교회를 개척하고 목회를 시작하셨을 때, 처음에는 부흥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성도들도 늘고, 교회 안에 은혜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목회 가운데 실수가 있었고, 그 일로 인해 교회는 큰 어려움을 겪게 되었습니다. 성도들의 3분의 2가 떠나갔고, 교회는 다시는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그때 저는 어렸습니다. 어린 마음에 ‘하나님이 우리를 버리셨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것이 무너진 것 같고 미래도 보이지 않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그 모든 실패와 연약함, 부족함을 사용하실 수 있는 분이셨습니다.
어머니는 하나로교회 시절의 아픔과 눈물을 믿음으로 이겨냈던 이야기들을 글로 남기셨습니다. 어머니의 간증이 담긴 책, 울고 있는 사람과 함께 있어서 행복하다는 지금까지 80쇄가 넘도록 인쇄되어 많은 이들에게 읽히고 있습니다.
저도 다른 유명한 분들의 간증집을 읽어 보았지만, 어머니의 책에서 느껴지는 감동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의 간증 에세이는 성공 이야기가 아니라, 오히려 실패와 고난 속에서도 하나님이 어떻게 역사하셨는지를 있는 그대로 고백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깊이 공감하고 위로를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에스더서에는 하나님이 모세에게 말씀하시듯 직접 말씀하시거나 홍해가 갈라지고 여리고가 무너지는 사건은 없지만, 인생의 갈등 속에서 하나님이 일하시는 것을 느낄 수 있기에 더 큰 공감과 위로를 얻게 되는 것과 같은 것 아닐까요?
울고 있는 사람과 함께 울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책을 통해 수많은 선한 마음을 가진 분들이 노숙인 사역과 암환우 사역에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암환우들을 무료로 섬기고, 말씀으로 환우들을 위로할 수 있는 이 모든 사역의 시작은 바로 하나로 교회의 실패의 시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만약 그 아픔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처럼 무료로 섬기는 사역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저의 부모님이 목회를 잘해서 큰 교회를 이루었다고 해서 지금처럼 암환우를 무료로 섬기는 일을 지속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른 단체들처럼 건물을 멋지게 짓고, 화려해 보이는 것들을 제공할 수는 있어도, 돈을 받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만일 우리가 돈을 받았다면, 암환우들이 이곳에서 매일 이렇게 말씀과 기도의 훈련을 받을 수 있었겠습니까? 하나님은 암에 걸려 고생하는 당신의 백성들을 다시 말씀으로 세우시고, 다시 교회로 나아가 교회를 세우시길 원하셨다는 것을 강하게 느낍니다.
하나님의 반전은 상상을 초월한다.
하나님의 반전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우리가 하나님께 버림받았다고 느낄 정도의 절망의 그 자리가 사실은 하나님이 새로운 사역을 시작하신 자리였습니다. 실패는 끝이 아니라 하나님의 계획을 위한 재료였습니다. 우리의 실수마저도 하나님은 선하게 사용하십니다.
그러므로 지금 당신이 겪고 있는 실패와 아픔이 있다면 기억하십시오. 하나님은 그것마저도 사용하실 수 있는 분이십니다. 그리고 그 자리를 통해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하나님의 뜻을 이루실 것입니다.
잘못되었구나, 안되었구나. 자책하지 마십시오. 하나님은 그 연약함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일하시는 분입니다. 하나님의 반전은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저도 완벽주의가 있기 때문에 일이 더딘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자책할 때도 많습니다. 이제 저 같은 분들은 자신감을 가지십시오. 하나님이 하십니다. 하나님이 이루십니다.
◎ 묵상을 돕는 질문
1. 당신은 하나님께서 사람의 마음과 상황까지도 주관하실 수 있는 분이라 믿으십니까?
2. 자신의 실수나 부족했던 것으로 인해 자책하고 있진 않습니까? 하나님은 합력하여 선을 이루신다는 믿음을 갖고 오늘 다시 시작할 일은 무엇입니까?
에 5:1-14
1제삼일에 에스더가 왕후의 예복을 입고 왕궁 안 뜰 곧 어전 맞은편에 서니 왕이 어전에서 전 문을 대하여 왕좌에 앉았다가
2왕후 에스더가 뜰에 선 것을 본즉 매우 사랑스러우므로 손에 잡았던 금 규를 그에게 내미니 에스더가 가까이 가서 금 규 끝을 만진지라
3왕이 이르되 왕후 에스더여 그대의 소원이 무엇이며 요구가 무엇이냐 나라의 절반이라도 그대에게 주겠노라 하니
4에스더가 이르되 오늘 내가 왕을 위하여 잔치를 베풀었사오니 왕이 좋게 여기시거든 하만과 함께 오소서 하니
5왕이 이르되 에스더가 말한 대로 하도록 하만을 급히 부르라 하고 이에 왕이 하만과 함께 에스더가 베푼 잔치에 가니라
6잔치의 술을 마실 때에 왕이 에스더에게 이르되 그대의 소청이 무엇이뇨 곧 허락하겠노라 그대의 요구가 무엇이뇨 나라의 절반이라 할지라도 시행하겠노라 하니
7에스더가 대답하여 이르되 나의 소청, 나의 요구가 이러하니이다
8내가 만일 왕의 목전에서 은혜를 입었고 왕이 내 소청을 허락하시며 내 요구를 시행하시기를 좋게 여기시면 내가 왕과 하만을 위하여 베푸는 잔치에 또 오소서 내일은 왕의 말씀대로 하리이다 하니라
9그 날 하만이 마음이 기뻐 즐거이 나오더니 모르드개가 대궐 문에 있어 일어나지도 아니하고 몸을 움직이지도 아니하는 것을 보고 매우 노하나
10참고 집에 돌아와서 사람을 보내어 그의 친구들과 그의 아내 세레스를 청하여
11자기의 큰 영광과 자녀가 많은 것과 왕이 자기를 들어 왕의 모든 지방관이나 신하들보다 높인 것을 다 말하고
12또 하만이 이르되 왕후 에스더가 그 베푼 잔치에 왕과 함께 오기를 허락 받은 자는 나밖에 없었고 내일도 왕과 함께 청함을 받았느니라
13그러나 유다 사람 모르드개가 대궐 문에 앉은 것을 보는 동안에는 이 모든 일이 만족하지 아니하도다 하니
14그의 아내 세레스와 모든 친구들이 이르되 높이가 오십 규빗 되는 나무를 세우고 내일 왕에게 모르드개를 그 나무에 매달기를 구하고 왕과 함께 즐거이 잔치에 가소서 하니 하만이 그 말을 좋게 여기고 명령하여 나무를 세우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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