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고 싶었던 것을 내려 놓았더니
2020년 겨울, 제 일기장에는 "따뜻한 집에서 살고 싶다"는 소망이 적혀 있었습니다. 새마을 운동 때 지은 집에서 살다 보니 단열이 안되어 있어 아이들이 감기를 달고 살았습니다. 인터넷을 뒤지며 리모델링 방법을 찾아 보다 돈이 너무 많이 들어 그 모든 계획을 내려놓았습니다. 하나님이 하시면 되는 것이고, 아니면 아닌 것이라고 기도했습니다.

"아, 따뜻한 집에서 살고 싶은데… 이것도 내려놓아야 하는구나."
그런데 지금 저는 얼마나 따뜻한 집에서 살고 있는지요.
살면서 무언가를 가지려 애쓰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먹고살아야 하고, 무언가를 가져야 편안히 살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야곱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역설적인 진리를 보여줍니다. 모든 것을 움켜쥐려 할 때는 다 잃게 되지만, 오히려 내려놓을 때 더 풍성해진다는 것을 말입니다.
발꿈치를 잡고 태어난 사람
야곱은 태어날 때부터 무엇이든 자기가 갖고 싶어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쌍둥이로 태어나면서 형 에서의 발꿈치를 잡고 나왔고, 그래서 '발꿈치를 잡은 자', '속이는 자'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사실상 가질 수 없는 장자권의 축복도 결국 손에 넣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그에게 남은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형의 살해 위협로 인해 도망하는 삶뿐이었습니다.

다 가지려 했더니 오히려 다 잃었습니다. 집도, 가족도 없이 광야로 피신한 그에게 남은 것은 지팡이 하나뿐이었습니다. 해가 진 어느 곳에서 돌을 베개 삼아 잠을 청하는 그의 모습은 얼마나 초라했습니까?
돌베개 위에 임한 하늘 사다리
그런데 바로 그 밤, 야곱은 놀라운 꿈을 꿉니다. 땅에서 하늘까지 닿은 사다리 위로 천사들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광경을 보았습니다(창 28:12). 이 사다리는 훗날 예수님께서 "하늘이 열리고 하나님의 사자들이 인자 위에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보리라"(요 1:51)고 말씀하셨듯이, 그것은 하나님과 인간 사이를 잇는 중보자, 예수 그리스도를 예표하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은 그 자리에서 야곱에게 약속하십니다.

"네가 누워 있는 땅을 내가 너와 네 자손에게 주리니… 땅의 모든 족속이 너와 네 자손으로 말미암아 복을 받으리라"(창 28:13-14).
형을 속이고 아버지를 속여 도망친 죄인 야곱을, 하나님께서 먼저 찾아오신 것입니다.
잠에서 깬 야곱은 두려움과 경외감에 사로잡혔습니다. 베개로 삼았던 돌을 기둥으로 세우고, 무언가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가 가진 것은 단 하나, 어머니 리브가가 챙겨준 기름뿐이었습니다. 그것은 조금씩 팔아 먹고살 수 있는 소중한 재산이었습니다. 그런데 야곱은 그것을 그 자리에서 하나님께 부었습니다.
다 잃어본 자의 소박한 기도
야곱의 기도를 보십시오.
"하나님이 나와 함께 계셔서 내가 가는 이 길에서 나를 지키시고 먹을 떡과 입을 옷을 주시어 내가 평안히 아버지 집으로 돌아가게 하시오면…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모든 것에서 십분의 일을 내가 반드시 하나님께 드리겠나이다"(창 28:20-22).
야곱의 기도는 부귀영화가 아닙니다. 본질적인 것들입니다.
지켜주세요, 먹을 것 주세요, 집에 돌아가게 해주세요.
이 세 가지뿐입니다. 모든 것을 잃고 도망치는 자의 마음은 이렇게 낮아집니다. 그리고 그 낮아짐 속에서 야곱은 고백합니다. 다시 주어지는 모든 것은 어차피 하나님의 것이니, 하나님이 주신 모든 것의 십일조를 드리겠다고 말입니다.
야곱의 이 십일조 서원은 모세의 율법이 주어지기 훨씬 이전의 일입니다. 이것은 율법의 명령에 따른 의무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자발적 응답이었습니다. 바울이 "각각 그 마음에 정한 대로 할 것이요 인색함으로나 억지로 하지 말지니 하나님은 즐겨 내는 자를 사랑하시느니라"(고후 9:7)고 말한 것처럼, 십일조의 본질은 "모든 것이 하나님께로부터 왔다"는 자발적 고백입니다.
생명조차 덤으로 주신 것
저는 어린 시절부터 십일조를 했습니다. 100원을 받으면 10원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그때의 십일조와 지금의 십일조는 형식적로는 같아 보여도 전혀 다릅니다. 그때는 규칙이었지만 지금은 고백입니다. 규율을 따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훈련되어지는 것입니다. 아직 의미를 모르는 시간이지만 그런 어린 시절 훈련이 있었기에 이제 삶 속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더 깊이 깨닫게 된 것입니다.
제가 은혜를 깊이 깨닫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대학 때 3중 추돌 사고가 났었습니다. 그 때 사실 죽었을 수 있었지만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었습니다. 깡통 같은 다마스가 전복되는 사고였습니다.

"내 인생은 무조건 하나님께서 살리신 인생이구나."
그 이후로는 달라졌습니다. 내 모든 시간과 생명을 한번 다 잃어보고 나니, 지금 이 순간 하나님으로부터 공급받고 있다는 것이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가끔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보너스도 십일조 해야 합니까?"
그 질문 자체가 이미 답을 담고 있습니다. 내 것을 떼어 하나님께 드린다는 생각입니다.
우리가 호흡하는 공기조차 하나님께서 주신 것인데, 무엇이 내 것입니까?
저는 굳이 모든 것을 잃는 고통을 겪지 않고도, 모든 것이 하나님께로부터 왔음을 마음으로 깨달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 잃어본 사람에게 십일조는 은혜가 됩니다. 봉사는 시간 채우기가 아닌 삶으로 드려지는 예배가 됩니다.
◎ 묵상을 돕는 질문
1. 지금 당신삶이 야곱처럼 다 잃고 돌베게 베고 누운 것 같은 척박한 상황인가요? 그곳이 사실은 하나님을 가장 선명하게 만날 수 있는 벧엘이라는 말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2. "내가 가진 모든 것이 사실은 하나님이 주신 덤"이라는 고백이 당신에게 있습니까? 만약 오늘 하나님이 건강, 물질, 시간을 모두 가져가신다면, 나는 여전히 하나님을 나의 하나님이라 고백할 수 있을지 스스로 물어보십시오.
창 28:10-22
10야곱이 브엘세바에서 떠나 하란으로 향하여 가더니
11한 곳에 이르러는 해가 진지라 거기서 유숙하려고 그 곳의 한 돌을 가져다가 베개로 삼고 거기 누워 자더니
12꿈에 본즉 사닥다리가 땅 위에 서 있는데 그 꼭대기가 하늘에 닿았고 또 본즉 하나님의 사자들이 그 위에서 오르락내리락 하고
13또 본즉 여호와께서 그 위에 서서 이르시되 나는 여호와니 너의 조부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요 이삭의 하나님이라 네가 누워 있는 땅을 내가 너와 네 자손에게 주리니
14네 자손이 땅의 티끌 같이 되어 네가 서쪽과 동쪽과 북쪽과 남쪽으로 퍼져나갈지며 땅의 모든 족속이 너와 네 자손으로 말미암아 복을 받으리라
15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이끌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할지라 내가 네게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 하신지라
16야곱이 잠이 깨어 이르되 여호와께서 과연 여기 계시거늘 내가 알지 못하였도다
17이에 두려워하여 이르되 두렵도다 이 곳이여 이것은 다름 아닌 하나님의 집이요 이는 하늘의 문이로다 하고
18야곱이 아침에 일찍이 일어나 베개로 삼았던 돌을 가져다가 기둥으로 세우고 그 위에 기름을 붓고
19그 곳 이름을 벧엘이라 하였더라 이 성의 옛 이름은 루스더라
20야곱이 서원하여 이르되 하나님이 나와 함께 계셔서 내가 가는 이 길에서 나를 지키시고 먹을 떡과 입을 옷을 주시어
21내가 평안히 아버지 집으로 돌아가게 하시오면 여호와께서 나의 하나님이 되실 것이요
22내가 기둥으로 세운 이 돌이 하나님의 집이 될 것이요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모든 것에서 십분의 일을 내가 반드시 하나님께 드리겠나이다 하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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