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없는 세상
프란시스 쉐퍼는 그의 저서 『이성에서의 도피』에서 현대 사회가 하나님을 배제한 채 인간 이성만으로 의미를 찾으려 할 때 어떤 결과를 낳는지 예리하게 지적했습니다. 절대적 기준이 되시는 하나님을 거부했기에, 모든 가치는 상대적이 되어버렸고, 결국 "네 생각이 옳다면 내 생각도 옳다"는 상대주의로 귀결되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을 믿고 그분의 진리 안에 거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입술로는 하나님을 고백하면서도 실제로는 자기 생각과 자기 의를 앞세우며 살아갈 때, 세상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분쟁과 다툼이 일어나게 됩니다. "나는 바울에게, 나는 아볼로에게, 나는 게바에게 속한 자"라며 서로 자기 편을 주장하고 분열했던 고린도 교회의 모습이 바로 그러합니다. 복음의 은혜를 입었다고 고백하면서도 여전히 육신의 본성대로 살아가는 신자들의 모습입니다.

이사야 선지자가 지적했던 것처럼, "이 백성이 입으로는 나를 가까이 하며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나 그들의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났다"는 말씀이 고린도 교회에도 그대로 적용되었습니다. 하나님을 믿는다고 고백하지만, 실제로는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지 않고 자기 뜻대로 살아갈 때, 그 삶에는 하나님이 없는 자들과 같은 결과가 나타나게 됩니다.
십자가의 도, 신성한 교환
십자가의 도란 무엇일까요? 십자가란 예수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이 자기 자신을 죽이는 것입니다. 자신의 육체의 정욕을 십자가에 못 박는 것입니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나를 위해 십자가에서 못 박히신 예수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
데릭 프린스는 그의 저서 『속죄』에서 예수님의 십자가를 통해 이루어진 '신성한 교환'을 설명합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형벌을 받으셨고, 우리는 그분의 평화를 받았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상처를 받으셨고, 우리는 그분의 치유를 받았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죄를 담당하셨고, 우리는 그분의 의를 받았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죽음을 당하셨고, 우리는 그분의 생명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데릭 프린스가 강조하는 것은, 이 모든 교환이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실제가 된다는 것입니다. 십자가에서 죽은 자는 더 이상 옛사람의 방식대로 살아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입으로는 그리스도를 고백하면서도 실제로는 자기 의, 자기 생각, 자기 주장을 내세우며 산다면, 십자가에서 이루신 예수님의 신성한 교환을 전혀 누릴 수 없게 됩니다.

모순이 일어납니다. 생명이 역사해야 할 곳에서 파괴가 일어나고, 사랑이 열매로 나타나야 할 곳에서 분열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미련해 보이는 십자가의 지혜
십자가의 사람들은 자기 의를 십자가에 묻어 둔 사람들입니다. 그러므로 어떻게 보면 너무 미련한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오른 뺨을 때리면 왼뺨을 대고, 오 리를 가자고 억지로 데려가면 십 리를 가줍니다.
어떤 이들은 이런 삶이 열정 없어 보인다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십자가의 도가 열정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십자가의 도는 하나님의 열정의 삶을 사는 것이기에 더 엄청난 열정으로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십자가의 도가 멸망하는 자들에게는 미련한 것이요 구원을 받는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능력이라"는 말씀처럼 말입니다.

한번은 어머니에게 전화가 온 적이 있습니다. 어머니 사역에 대해 비판하며 모독적인 글을 이메일로 보내온 사람이 있었습니다. 밤을 새워가며 A4 용지 10장이 넘는 반박문을 작성했습니다. 이제 '전송' 버튼만 누르면 되는 순간, 성령께서 제 마음을 만지셨습니다. "글로써 이겨 먹어서 무엇 하겠느냐"는 음성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장문의 글을 삭제했습니다. 아주 간단하게 삭제 클릭 한 번으로 그동안의 분노가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무엇이 선물로 주어졌을까요? 그 하루가 십자가의 길을 가는 것이었고, 그로 인해 마음에 은혜와 평강이 주어진 것입니다.
약함을 자랑하는 사도
바울은 사역 가운데 자칭 사도라 하는 자들에게 공격을 받았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혈통과 배경을 자랑했습니다. 사실 바울은 육적으로 자랑할 것이 그 누구보다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팔일 만에 할례를 받고 이스라엘 족속이요 베냐민 지파요 히브리인 중의 히브리인이요 율법으로는 바리새인이요 열심으로는 교회를 박해하고 율법의 의로는 흠이 없는 자"였습니다.

그러나 바울은 이 모든 것을 "배설물"로 여겼습니다. 바울이 정말로 자랑하는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내가 부득불 자랑할진대 내가 약한 것을 자랑하리라."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약한 것들과 능욕과 궁핍과 박해와 곤고를 기뻐하노니 이는 내가 약한 그 때에 강함이라."
바울은 세상적인 조건을 내세울 것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자신의 연약함을 자랑했습니다.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는 주님의 말씀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연약한 자신을 통해 하나님께서 얼마나 많은 교회들을 세우셨습니까? 이 모든 것이 바로 인간의 능력이 아닌 하나님의 능력이 되어 나타난 것입니다.
날마다 죽고, 날마다 사는 삶
십자가는 하나님 없는 세상의 절망에 대한 하나님의 답변입니다. 십자가는 인간의 지혜와 능력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로 우리가 구원받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바울은 "내가 날마다 죽노라"고 고백하며, "내가 그리스도와 그 부활의 권능과 그 고난에 참여함을 알고자 하여 그의 죽으심을 본받아 어떻게 하든지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에 이르려 하노니"라고 말했습니다. 오늘날 한국 교회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나를 죽이고 예수님과 함께 다시 사는 부활의 은혜에 참여하는 일입니다.
진짜 의로움, 진짜 영성은 십자가에서 나옵니다. 십자가를 따르는 삶은 나를 드러내는 삶이 아니라, 오직 예수의 능력만이 나타나는 삶입니다. 많이 져주시기 바랍니다. 많이 낮아지고, 많이 섬기실 수 있길 바랍니다.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는 주님의 말씀을 기억하십시오. 그렇게 우리가 십자가의 사랑을 살아낼 때, 자기를 낮추고 섬기며 심지어 원수까지도 용서하는 그 사랑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몰라 절망 가운데 있는 이 세상에 참된 빛을 비추게 될 것입니다.
◎ 묵상을 돕는 질문
1. 최근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내 옳음을 증명하고 싶거나, 말로써 상대를 이기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나요? 오늘 당신이 주님 안에서 기꺼이 져주어야 할 일이나 사람은 누구입니까?
2. 당신이 연약하여 세상에서 부족하다 여기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을 사용하시는 하나님의 능력을 자랑해 보십시오.
고전 1:18-31
18십자가의 도가 멸망하는 자들에게는 미련한 것이요 구원을 받는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능력이라
19기록된 바 내가 지혜 있는 자들의 지혜를 멸하고 총명한 자들의 총명을 폐하리라 하였으니
20지혜 있는 자가 어디 있느냐 선비가 어디 있느냐 이 세대에 변론가가 어디 있느냐 하나님께서 이 세상의 지혜를 미련하게 하신 것이 아니냐
21하나님의 지혜에 있어서는 이 세상이 자기 지혜로 하나님을 알지 못하므로 하나님께서 전도의 미련한 것으로 믿는 자들을 구원하시기를 기뻐하셨도다
22유대인은 표적을 구하고 헬라인은 지혜를 찾으나
23우리는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를 전하니 유대인에게는 거리끼는 것이요 이방인에게는 미련한 것이로되
24오직 부르심을 받은 자들에게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능력이요 하나님의 지혜니라
25하나님의 어리석음이 사람보다 지혜롭고 하나님의 약하심이 사람보다 강하니라
26형제들아 너희를 부르심을 보라 육체를 따라 지혜로운 자가 많지 아니하며 능한 자가 많지 아니하며 문벌 좋은 자가 많지 아니하도다
27그러나 하나님께서 세상의 미련한 것들을 택하사 지혜 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고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하사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며
28하나님께서 세상의 천한 것들과 멸시 받는 것들과 없는 것들을 택하사 있는 것들을 폐하려 하시나니
29이는 아무 육체도 하나님 앞에서 자랑하지 못하게 하려 하심이라
30너희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고 예수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와서 우리에게 지혜와 의로움과 거룩함과 구원함이 되셨으니
31기록된 바 자랑하는 자는 주 안에서 자랑하라 함과 같게 하려 함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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